
마법 사회에 재앙이 들이닥쳤다.
마법사들이여, 안개를 조심하라.


제대로 빗어두지 않아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어두운 녹빛의 머리카락,
느슨하게 내려간 눈꼬리와 눈에 띄게 새빨간 색을 띠는 눈동자가 눈에 들어온다.
말없이 무언가를 오래도록 응시할 때가 많은 시선을 포함해 그 앞을 가로막는 무테안경. 경기를 제하고는 하나같이 갖추어진 기색이 없는 옷차림에는 어울리지 않는 타이핀이 자리해 있고, 정리되지 않은 탓에 그늘져 버린 낯을 포함해 그런 어긋난 제 모습을 불편하고 여겼지만, … 그리하길 택했다.
2시에 멈춰져 더는 움직이지 않는 낡은 손목시계와 불가피하게 필요해진 지팡이. 지금은 몇 시인지, 자리해있는 곳은 어디인지 쉽사리 파악하기 어렵게 되었지만, 매캐한 시가 향과 함께 한자리에 서서 무언가를 곱씹기를 즐기던 이었으니 그의 곤란함을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 아무리 생각해도 그래. 네가 좋은지 잘 모르겠어. “
[건조한 / 상냥함 / 어중간한.]
그에게 지팡이를 쥐여준 노인은 그가 항상 외로운 사람이 될 것이라 말했고, 그 운명을 타고나 그런 사람이었으나 그마저도 낭만이라 치부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흥미를 좇아 주저 없이 발걸음을 옮길 만큼 꽤 독선적이지만, 홀로 있는 이의 축 늘어진 손을 모르는 척 지나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도 어째서 이렇게도 건조하기 짝이 없는 인물인가.
잘 생각해 보자. 다정하진 않았지만 상냥했어. 재미있는 인물이었고, 늘 사람을 즐겁게 하고 또. … 그런데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어. 좀처럼이지 명확한 인상이 남지 않아 다시 한 번 낯을 들여다보면 그냥 한 번 웃어주기만 했을 뿐인 그런 친절함만 남았을 뿐인. 당연한 결과와 딱 그 정도의 어중간한 존재.

소나무 / 용의 심근 / 13인치

Duncan Uriel Norha Ernest : 던컨 유리엘 노라 어니스트 : Dune : 10월 29일
01. [던컨 : Duncan]
‘ 끝내주는 남자. ‘
호그와트 졸업 이후, 아마추어로 활동하다 23살에 데뷔. 선수 경력으로는 6년이 되어간다.
그린 듯한 샷과 시원한 흐름. 사람들은 보크라인 위에서 출발하는 마법 같은 순간에 찬사를 보냈지만, 아주 작은 오감의 변화에도 기민하게 반응하는 탓에 페이스를 잃고 경기를 말아먹을 때도 잦았다. 던컨 어니스트가 여러모로 여전히 끝내주고 어중간한 인물임은 변함이 없는 사실.
무엇보다 공상의 실현에 필요한 것은 집요한 의지와 약간의 운, 그리고 타고난 재치.
내 것이지만 그와 동시에 아닌 것과도 같은 이 기시감, 타인이라 칭할 수 없는 존재로부터 이어져 온 집착의 시작은 이제 까마득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다시 되돌아갈 수 있다면. … …
02. [유리엘 노라 : Uriel Norha ]
‘ 던컨 어니스트. ‘
'모든 이름들은 꼬박꼬박 소중히 써내려가야 한다.'라는 부모님의 목소리가 이명처럼 들릴 정도.
유리엘, 노라. 조부모님들의 이름으로 지은 미들네임.
세기에 남을 정도의 훌륭한 인물들은 아니었으나 성품이 선하고, 남을 돕기를 버릇처럼 하던 성인들이었다. 그러나 그 이름을 쓸 자격이 그에게 존재하는가.
03. [어니스트 : Ernest ]
” 난 네가 래번클로로 갔으면 좋겠어. “
후플푸프 출신의 혼혈 마법사 어머니와 은퇴한 프로 당구 선수 머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 아래에 12살 차이 나는 여동생을 하나 두고 있다. 이름은 ‘달리아 와이엇 하퍼 어니스트’ 던컨의 동기가 희망하던 대로, 그녀는 래번클로의 소속이 되었다.
이들과, 조부모, 삼촌을 포함된 7인의 가정이 그의 가족 구성원이다.
" 나는 늘 너를 지켜보고 있단다. “
‘ 듀크, 훌륭한 사람이 되렴. ‘ 25살의 여름, 그의 조모인 유리엘의 노환으로 인한 사망. 이를 기점으로 마법부에 관련된 지인들과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들리는 소식들과 좋아 보이지 않은 낯빛. 그러나 그 슬픔만이 그를 고립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어느 누군가 들은 알고 있을 테지.
그 슬픔은 의지라는 도화선에 불을 붙인 불꽃이고, 새카맣게 타들어 가기 시작한 것은 조모의 간절한 바람.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했지만, 선한 사람이 되라고 하진 않았으니까.
04. [다시 한 번 더]
이젠 한 뼘마저도 빠듯하다. 여길 정도로 흐려진 시야를 대신해 다른 감각이 예민해져 아주 작은 변화에도 기민하게 반응한다. 지팡이를 휘두르는 일에 주저함이 없어 주위는 쉽게 난잡해지기도 했지만, 생활 마법이 능숙하기에 이 정도의 부산스러움이야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like / dislike : 잘 생각해보면 좋아하는 것만큼, 싫어하는 것도 많았다.
패밀리어 : 학창시절 그의 하나뿐인 단짝, 패밀리어 패럿. 이름은 ‘레몬’. 이제는 수명이 다해 그의 곁에 남아있지 않다. 이후 또다시 누군가가 기차에 유기한 녀석을 던컨이 데려와 같은 이름을 지어주었다. 무늬가 없는 하얀 패럿.
2년을 그의 곁에 있다가 그의 동생이 호그와트에 입학함과 동시에 이제는 달리아의 곁에 달라붙어 있다. 네가 그 애 곁에 늘 있어줘야 해. 그 애가 무슨 짓을 해도 편이 되어줘. 그런 부탁을 맡기고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