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법 사회에 재앙이 들이닥쳤다.
마법사들이여, 안개를 조심하라.


큰 키에 흰 머리카락과 파란 눈.
거기에 몇 가지 장신구는 제법 인상적이다.
위를 향한 눈매까지 합쳐 첫 인상만 따지고 본다면 꽤 가볍거나 비열한 사람으로 착각하기 쉽다.
게다가 입만 다물고 있으면 모를 뿐이지 이따금 입을 열면 그 안으로 보이는 날서고 뾰족해 상어같은 이는 꽤 흉해 보여서 본인의 콤플렉스.



[예의 바른, 온화한]
오스카는 대체로 친절하고, 온화하며 예의바른 사람이었다. 적어도 그 주변 인물들의 말에 따르면 말이다. 실제로 얼굴을 붉히거나 목소리를 키우는 일도 없었고 흔히 말하는 ‘신사’에 가까웠다. 약간 독특한 구석이야 있었지만 그 정도는 개성으로 봐줄 수 있는 정도였고 길 가다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다던가 길 건너는 노인들을 도와준다던가 그런 선행을 매일같이 가볍게 하는, 말 그대로 좋은 사람이었다. 특유의 생김새 탓에 약간 비열해보이는 첫인상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통제된]
그렇다고 해서 다루기 쉽고, 만만해 보이는 인상은 아니었다. 비단 공작새마냥 화려한 차림 때문만이 아니라 가끔 상대방이 머쓱할 정도로 단호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사실 단호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가벼운 외관과는 달리 정말 잘 통제된, 그런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다.
일이든 여유시간이든 선을 넘는 법이 없었으며 제가 정한 기준 그 이상으로 뭔가를 지나치게 탐구하지 않았다. 그렇게 입력된 기계마냥 잘 통제되고 규칙적인 삶을 사는 것이다. 혹자는 본받을 점이라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재미없는 인생을 산다고 했다. 저렇게 살면 아마 숨 쉬는 시간도 계획표에 적어뒀을거라나 뭐라나.
[수동적, 선을 긋는]
다가가기 어려운 유형은 아니었다. 그는 원체 까다로운 성격이 아니었고, 괴팍하지도, 괴짜이지도 않으며 제 잘 통제된 삶이 침범당하지만 않으면 상대방이 무엇을 말하든 간에 보통은 잘 따라주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자기 주장이 약하고 수동적인 사람이었다. 불편한 이야기를 해도, 남들이 다 꺼리는 곤란한 일을 떠맡겨도 대개 웃는 낯으로 기꺼이 받아들였다. 딱히 원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목적의식도 없는 그런 살아있는 유령같은 사람.
다만 깊은 관계를 맺기는 어려웠다. 묘하게 선을 긋는 것이다. 가끔 불편할 정도의 예의 바름과 격식은 도리어 그를 사람들과 멀어지게 만들었다. 비록 그것이 의도한 것일지라도.

산사나무 / 유니콘의 털 / 11인치

[Oscar]
1970.8.5生, B형
탄생석: 페리도트
탄생화: 에리카
- 어릴때부터 유독 동물이나 마법 생물이 잘 따르는 편이었다. 물론 모든 생물이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현재의 직업은 그 영향도 없지 않다고 볼 수 있다.
- 반짝이는 것이나 화려한 것을 모으는 버릇이 있다. 아름답기보다는 독특하고 눈에 띄는 것들 위주로. 때문에 종종 직장 동료들에게 까마귀같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Barbossa]
바르보사는 꽤 이름 있는 마법사들을 몇 배출한, 그것도 오로지 순수한 혈통만을 추구하던 제법 명문이라고 할 수 있는 집안이었다. 그 바르보사가 어느날 갑자기 머글 태생의 출신 모를 남자를 양자로 들이기 전까지는 말이다. 불행히도 꽤 오랫동안 바르보사에는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고 겨우 얻은 자식 하나라곤 스큅이었으니. 결국 이대로 명맥이 끊길까 두려워한 가주가 굳게 닫힌 문을 열고 머글 태생의 마법사를 호적에 넣은 것이다. 겉으로는 어릴 때 몸이 아파 요양하던 자식이라고 했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을 마법사는 별로 없었다. 앞에서야 쉬쉬하지 뒤에서는 다들 여전히 수근거리니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
[Hunt]
미들네임, 헌트. 바르보사의 사람들은 종종 그에게 완전한 소속감을 주지 않기 위해, 혹은 거리감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도 그를 헌트라고 부르고는 했는데 바로 바르보사의 이름을 받기 전 성씨였다. 친부모에 대해서는 본인도 모르기에 알려진 바가 없다.
[Like]
마법 생물, 반짝이는 것, 개성
[Hate]
싫어하는 것을 물으면 답할 수 없는 것.

어린 오스카는 유독 존재감이 흐릿한 편이었다. 무리에서 크게 튀는 성격도 아니었고, 적당히 협조성 좋고 적당히 성실하고, 적당히 착하고. 하나 눈에 띄는게 있다면 신비한 동물 돌보기에서 상당히 높은 성적을 받았다는 것 정도. 특별히 친하거나 가까이 지내는 친구도 없었기에 졸업 후의 그의 행적 또는 그가 누군지조차 기억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간혹 기억력이 좋거나 눈썰미가 좋은 이들은 그를 기억하기는 하지만 워낙 조용해서 이름이나 기숙사가 래번클로였다는밖에 아는 것이 없을 정도. 그야말로 살아있는 유령이다. 때문에 갑작스레 바르보사의 양자로 들어앉았을 때 ‘출신 모를 머글 태생의 남자’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도 이 탓.
돌아온 그는 전보다 더 인상적이고 외관이 독특하고 화려해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었다. 반쪽짜리긴 하지만 순수한 혈통의 마법사 가문의 일원이었고 마법부 부서 소속의 마법동물학자이기도 했다. 최근까지는 이곳 저곳을 다니며 마법 생물을 관찰하고 그에 대한 책을 집필중에 있다고 한다.

청첩장에서 시작된 편지
모르타 D. 에스칼루스
재학 중에는 서로 알지도 못했던 두 사람은 모르타의 결혼식을 통해 만나게 됐다. 가문을 따라 바르보사로서 참석한 오스카와 모르타는 그제서야 서로가 동기임을 알았고, 편지를 주고 받기 시작했다. 텀은 조금 있을지언정, 조금 속 없는 듯 보이는 오스카와 드물게 답장하는 모르타는 제법 꾸준히 편지를 주고받고 있다.
인간 투명망토(?) 콤비
라비 페블린
말재주가 그리 좋지도 않고 존재감도 흐릿했던 오스카의 주변은 보통 원하던, 원하지 않던 조용하곤 했는데, 그 덕인지 늘 조용한 공간을 찾아다니던 라비는 반갑게 다가와주곤 했다. 기분탓인진 모르겠으나, 둘이 같이 있으니 존재감도 두배로 흐릿해져서 다른 사람들이 인식을 못하는 것 같기도... 졸업 후에는 라비의 은퇴 이후로 연락이 잘 되지 않았으나 종종 책을 쓰기 위해 여행 중 근처를 지날 일이 생기면 기꺼이 거처를 빌려주기도 했다.
시절, 그 유령 씨?
휴고 루텐스
휴고가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버릇은 학창시절 때부터 유구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 때는 이상하게도 수호천사랄까, 마니또랄까, 그러니까…… 그래! 모습은 안 보이고 쪽지와 함께 잃어버렸던 휴고의 물건을 자리에 놓고 사라지는 '유령 씨'가 있었다더라. 매번 물건을 잃어버리는 휴고에게, 답답한 마음에 한 소리 하고자 직접 찾아올만도 한데, 유령 씨는 언제나 모습 대신 「이거 잃어버렸어요….」라는 쪽지와 함께 물건을 되찾아주었다. 그 상냥함에 휴고는 정체를 알고자 했지만, 본인 물건도 제대로 못챙기는 정신에 그런 치밀한 잠복 계획을 세울 수 있을리가 없었다. 결국 유령 씨의 정체를 알아내지 못하고 졸업하여, 휴고에게는 한 편의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을텐데! 뭘까, 이 사람은. 어딘가 익숙한 상냥함, 유령 씨와 같은 머리카락 색, 같은 기숙사까지. 설마 그 시절, 그 유령 씨는 아니겠죠?